엄마도 같이

2020. 11. 24. 09:54 from ++

아이가 2살이 넘어가면서 몇단어들을 붙여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되었다.

신기하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저렇게 단어를 붙이면 된다는것을 배웠지.

기특하고 기특해서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요며칠을 거실 구석의 책상에서 거의 붙어앉아 일을 쳐내는 중인데,

그가 주4일제 일을 하고 있어서.

월요일은 그가 아이를 봐줄수 있어서.

주말을 끼고 월요일까지가 내가 가장 일에 몰두할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많아지고.

아이는 엄마가 집에 있어도 자기와 놀아줄 수 없을때가 있다는 것을 배운듯하다.

아이는 더이상 나를 찾아와 붙잡고 매달리고 울지 않는다.

내가 책상에 앉으면.

엄마 바이바이. 곧잘하고.

놀이터로 공원으로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엄마도 같이.

불현듯 아이가 말한다. 

엄마도. 

같이.

 

놀이터갈거라고 말해주는 내게. 

미처 아빠랑 나갔다와. 말을 붙이기 전에.

 

나는 눈물을 쏟았다.

고작 삼사일인데. 

주말 이틀을 모두 일하는 날은 사실 드물기때문에.

아이가 힘들었구나 싶다. 

 

어릴때 일하는 엄마가 너무 싫었던 때가 생각난다.

소풍도 할머니나 고모, 이웃집 아줌마와 가야했고.

학교 배웅도 마중도 엄마가 한번도 와주지않는 것이 섭섭했다.

사실 이렇게 커서도 엄마가 나를 자주 찾지않으면 섭섭하다.

 

내 아이에게는 같이해주고 눈맞춰주는 시간을 더 길게 갖게 하겠다 생각했지만.

겨우 몇마디 붙여서 말하는 아직은 아기같은 아이가.

엄마도 같이가자고. 엄마도 같이하자고.

언제 다시 같이 하냐고 묻는다.

맘이 울컥한다.

 

아이는 눈에띄게 빠른 속도로 커가고.

일도 그렇게 나를 기다려주지않는데.

나는 많은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말이다. 

목이 메이게 마음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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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어쩐일이니.

2020. 11. 20. 02:15 from ++

갑자기 문득문득 떠오를때가 있다. 

니가 어쩐일이니. 그렇게 말하던 e의 얼굴. 

 

그녀는 내가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했을때 선뜻 나를 도와주겠다며

불어에 불도 모르던 나에게.

불어사전도 사주고 불어기초도 가르쳐주었다.

분명 따듯하고 좋은사람같았다.

 

나는 빠리에서 상처받았고.

외로웠고.

용감해졌다.

 

그녀가 빠리를 방문했을때

나를 만나러 들러주었을때.

나는 그 따듯함에 또 감동하고.

그녀의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주었을때.

감사했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나는 어렸고. 

투정부리고 싶었고.

나를 예뻐해주는 그녀의 친구들이 좋았다.

차갑고 외로웠던 빠리에서 흔히 만나지 못했던 좋은 느낌이었다.

 

행여 내가 선을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친구들에게 무례했을지도.

혹은 그 친구들을 소개해준 그녀에게 무례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집 바로 건너편에서.

녹차 세러머니를 한다는 단체메일을 보고.

꽃 사들고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간 나를 본.

그녀의 첫마디.

니가 여긴 어쩐일이니.

언니. 

그렇게 부르는 나를 대하는 차가운 얼굴.

축하드려요.

그렇게 그 꽃들이 휴지통으로 들어갈 것같은.

뭔가 내가 대단히 실수 한것같은 느낌을 뒤로하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몇년이 지나고.

그녀의 친구들을 또 만나게 되었지만.

뭔가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한 기분이다.

아 망했다.

그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나를 더욱 싫어하겠구나. 했다.

어짜피 끊어진 인연이지만.

왠지 더 폭망한 느낌.

 

근데 뭐가 망했단 말인가.

잘 생각해보면.

내가 뭔가 대단히 잘못한거같기도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억울하다.

교환학생을 가기전에 그녀가 내가 지내던 오피스텔을 서브렛 하고 싶다고 했을때도.

난 그녀가 호의적이라고. 

내가 8개월간 집세를 그저 버리지않게.

혹은 방을 빼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녀도 나를 이용한게 아닌가.

그 집세의 절반은 내가 내었고. 

내 가구며 물건들은 모조리 치워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서브렛 조건은 거의 밑지는 장사였다.

그녀도 내게 얻는것이 있었고.

나는 그렇게 얻는것도 많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호의가 결국 일방적인게 아니었는데.

나만 늘 감사했다.

뭔가 틀어져서 내게 냉랭하게 멀어졌을때도.

나만 죄스럽고 속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많이 억울하다.

그녀가 계속 내게 좋은 사람이었음 좋았을것도 같다.

그렇게 잃어버린 관계들이 그동안 아쉽지 않았는데.

가끔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잊지 못한다.

내가 정말 나쁜사람이라고 질나쁜 아이라고.

못박을것같은 표정.

말이라도 좀 해주지.

좀 덜 억울할 것같다.

 

그래도 나는 이만큼 커서.

나이가 들어서.

좋은 사람이 되야지.

더 나은 사람이 되야지.

하면서 철들어가고 있는데.

나의 커감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누군가의 기억에.

그때를 떠오르면. 

나는 그런 대접 받아 마땅한 애로 남아있을거같아서.

왠지 슬프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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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다스릴시기.

2018. 7. 19. 05:51 from ++

왜 항상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내가하는 모든일들의 데드라인은 늘 같은 시점에 몰려있다.

카운트 다운은 벌써 들어갔고.

나는 두가지 큰 일을 두달도 채 남지 않은 때에 맞닥뜨려야 한다.


예전엔 2시간 3시간을 자면서 몇달을 버티면서라도 데드라인을 지켜냈던 나인데.

이번에는 다르다.

정말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일은 진행되지 않고.

나는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잠이 쏟아지고 몸이 둔해지고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있고만 싶다.


내가 준비를 하든지 안하든지 닥치게 되는 다른 하나의 데드라인은.

두려움의 배를 더한다. 

그 날의 두려움보다는 그 날을 기점으로 진행되는 모든 미래에 불안함이 나를 끊임 없이 괴롭힌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다가도.

어떻게해도 되지않을것같다.


몇번이나 그저 모든것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저 보이지않게 사라지고 싶기도하다가.

또 용기를 내보자 하고 힘을 내보다가.

나는 생각보다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내고 있다.

이렇게 겪어내다보면 그날이 되면 조금은 덜 두려워지는것일까.

올해가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서부터 지금까지.

이젠 정말 코앞에 놓인 그 끝에서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서워 뽁뽁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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