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같이

2020. 11. 24. 09:54 from ++

아이가 2살이 넘어가면서 몇단어들을 붙여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되었다.

신기하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저렇게 단어를 붙이면 된다는것을 배웠지.

기특하고 기특해서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요며칠을 거실 구석의 책상에서 거의 붙어앉아 일을 쳐내는 중인데,

그가 주4일제 일을 하고 있어서.

월요일은 그가 아이를 봐줄수 있어서.

주말을 끼고 월요일까지가 내가 가장 일에 몰두할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많아지고.

아이는 엄마가 집에 있어도 자기와 놀아줄 수 없을때가 있다는 것을 배운듯하다.

아이는 더이상 나를 찾아와 붙잡고 매달리고 울지 않는다.

내가 책상에 앉으면.

엄마 바이바이. 곧잘하고.

놀이터로 공원으로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엄마도 같이.

불현듯 아이가 말한다. 

엄마도. 

같이.

 

놀이터갈거라고 말해주는 내게. 

미처 아빠랑 나갔다와. 말을 붙이기 전에.

 

나는 눈물을 쏟았다.

고작 삼사일인데. 

주말 이틀을 모두 일하는 날은 사실 드물기때문에.

아이가 힘들었구나 싶다. 

 

어릴때 일하는 엄마가 너무 싫었던 때가 생각난다.

소풍도 할머니나 고모, 이웃집 아줌마와 가야했고.

학교 배웅도 마중도 엄마가 한번도 와주지않는 것이 섭섭했다.

사실 이렇게 커서도 엄마가 나를 자주 찾지않으면 섭섭하다.

 

내 아이에게는 같이해주고 눈맞춰주는 시간을 더 길게 갖게 하겠다 생각했지만.

겨우 몇마디 붙여서 말하는 아직은 아기같은 아이가.

엄마도 같이가자고. 엄마도 같이하자고.

언제 다시 같이 하냐고 묻는다.

맘이 울컥한다.

 

아이는 눈에띄게 빠른 속도로 커가고.

일도 그렇게 나를 기다려주지않는데.

나는 많은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말이다. 

목이 메이게 마음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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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어쩐일이니.

2020. 11. 20. 02:15 from ++

갑자기 문득문득 떠오를때가 있다. 

니가 어쩐일이니. 그렇게 말하던 e의 얼굴. 

 

그녀는 내가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했을때 선뜻 나를 도와주겠다며

불어에 불도 모르던 나에게.

불어사전도 사주고 불어기초도 가르쳐주었다.

분명 따듯하고 좋은사람같았다.

 

나는 빠리에서 상처받았고.

외로웠고.

용감해졌다.

 

그녀가 빠리를 방문했을때

나를 만나러 들러주었을때.

나는 그 따듯함에 또 감동하고.

그녀의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주었을때.

감사했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나는 어렸고. 

투정부리고 싶었고.

나를 예뻐해주는 그녀의 친구들이 좋았다.

차갑고 외로웠던 빠리에서 흔히 만나지 못했던 좋은 느낌이었다.

 

행여 내가 선을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친구들에게 무례했을지도.

혹은 그 친구들을 소개해준 그녀에게 무례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집 바로 건너편에서.

녹차 세러머니를 한다는 단체메일을 보고.

꽃 사들고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간 나를 본.

그녀의 첫마디.

니가 여긴 어쩐일이니.

언니. 

그렇게 부르는 나를 대하는 차가운 얼굴.

축하드려요.

그렇게 그 꽃들이 휴지통으로 들어갈 것같은.

뭔가 내가 대단히 실수 한것같은 느낌을 뒤로하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몇년이 지나고.

그녀의 친구들을 또 만나게 되었지만.

뭔가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한 기분이다.

아 망했다.

그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나를 더욱 싫어하겠구나. 했다.

어짜피 끊어진 인연이지만.

왠지 더 폭망한 느낌.

 

근데 뭐가 망했단 말인가.

잘 생각해보면.

내가 뭔가 대단히 잘못한거같기도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억울하다.

교환학생을 가기전에 그녀가 내가 지내던 오피스텔을 서브렛 하고 싶다고 했을때도.

난 그녀가 호의적이라고. 

내가 8개월간 집세를 그저 버리지않게.

혹은 방을 빼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녀도 나를 이용한게 아닌가.

그 집세의 절반은 내가 내었고. 

내 가구며 물건들은 모조리 치워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서브렛 조건은 거의 밑지는 장사였다.

그녀도 내게 얻는것이 있었고.

나는 그렇게 얻는것도 많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호의가 결국 일방적인게 아니었는데.

나만 늘 감사했다.

뭔가 틀어져서 내게 냉랭하게 멀어졌을때도.

나만 죄스럽고 속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많이 억울하다.

그녀가 계속 내게 좋은 사람이었음 좋았을것도 같다.

그렇게 잃어버린 관계들이 그동안 아쉽지 않았는데.

가끔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잊지 못한다.

내가 정말 나쁜사람이라고 질나쁜 아이라고.

못박을것같은 표정.

말이라도 좀 해주지.

좀 덜 억울할 것같다.

 

그래도 나는 이만큼 커서.

나이가 들어서.

좋은 사람이 되야지.

더 나은 사람이 되야지.

하면서 철들어가고 있는데.

나의 커감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누군가의 기억에.

그때를 떠오르면. 

나는 그런 대접 받아 마땅한 애로 남아있을거같아서.

왠지 슬프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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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다스릴시기.

2018. 7. 19. 05:51 from ++

왜 항상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내가하는 모든일들의 데드라인은 늘 같은 시점에 몰려있다.

카운트 다운은 벌써 들어갔고.

나는 두가지 큰 일을 두달도 채 남지 않은 때에 맞닥뜨려야 한다.


예전엔 2시간 3시간을 자면서 몇달을 버티면서라도 데드라인을 지켜냈던 나인데.

이번에는 다르다.

정말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일은 진행되지 않고.

나는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잠이 쏟아지고 몸이 둔해지고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있고만 싶다.


내가 준비를 하든지 안하든지 닥치게 되는 다른 하나의 데드라인은.

두려움의 배를 더한다. 

그 날의 두려움보다는 그 날을 기점으로 진행되는 모든 미래에 불안함이 나를 끊임 없이 괴롭힌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다가도.

어떻게해도 되지않을것같다.


몇번이나 그저 모든것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저 보이지않게 사라지고 싶기도하다가.

또 용기를 내보자 하고 힘을 내보다가.

나는 생각보다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내고 있다.

이렇게 겪어내다보면 그날이 되면 조금은 덜 두려워지는것일까.

올해가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서부터 지금까지.

이젠 정말 코앞에 놓인 그 끝에서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서워 뽁뽁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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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변화.

2018. 6. 16. 00:36 from ==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계속되는 연애의 실패에 보는 눈이 참으로 낮아 그렇다며 스스로를 한탄하던 그 젊었던 내게. 

강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체 어떤사람을 만나야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와 어림잡아 4년을 연애하고 근 2년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생각해보면

대체로 그는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인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큰 변화가 생길때.

그는 반드시 나를 실망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된다.

슬프게도 그는 그런 사람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내를 알수없게 굴면서.

그는 나를 실망시키고 아프게한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처럼 혼자 고립하는 것을 선택하며.

나의 감정의 혼란과 고독의 과정을 지켜보던 그는.

결국에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무섭게 즐기기까지한다.

그렇다면 그는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잘. 인것일까.


이것이 반복되는 6년동안. 

나는 그의 변화를 신뢰하지 않게되었다.

나는 이 패턴이 변화해야한다고 하면서도.

그를 믿을수 없게 한 과거의 경험때문에.

그가 어쩌면 억울해 할지모르지만.

당분간 협의는 불가하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관계를 시작할때.

조금더 관계를 진보할때.

우리가 결혼을 결정지을때.

그리고 지금.


그가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으로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변화가 그를 한발 항상 물러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한발 물러섬이 이상하게도 후에 훨씬 빠르게 변화속에 적응하게 해준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는 더이상 그 과정을 기다리면서 이해하면서.

내 속에 의심과 고민의 시간으로 슬퍼하지 않기로한다.

매번 우리의 상황에 변화가 생길때마다. 

그것이 우리의 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나는 그것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고. 

또한 그것을 감당해야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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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포도알과 7가지 소원

2017. 3. 31. 00:56 from ++

새해가 되는 것이 기쁘지않아. 새로운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부러울뿐이야. 그들은 그래도 바라는 것이 있으니까. 

2017년을 맞이하기 직전에 나는 말했다.

불과 3개월전인데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2017년이 밝을때 7개의 포도알을 먹으면서 7가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친구의 말에.

꼭꼭 한알씩 7알을 삼키며 눈을 감아 빌었다.

미신이면 어떤가, 그저 소원이 있다는게 중요한데.

나는 가족들의 평안과 건강을 빌었다.

뭐 식상하지만 바라는 것이 그것뿐이니까.


그래도 한두가지는 나를 위해 빌어봐야지. 

나는 이기심을 부려본다.

다시 용기내게 해주세요.

나는 잽싸게 기도했다. 



생각해보면 

성서말씀중에 아마도 사람들에 제일 기대는 말씀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것이다. 구하여라 그러면 얻을것이다" 이 아닐까.

하여 나는 많이도 두드렸다. 구하였다. 엎드려서 빌었다.

요즘은 이 말씀에 약간의 덧붙임이 있다면 좀 더 좋았겠다 생각해본다.

"끊임없이 두드려라, 그러면 하나정도는 열릴것이다. 끊임없이 구하여라, 그러면 한둘쯤은 얻을것이다" 라고. 

비록 이것이 인생의 진리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싫다 힘들다 하면서도 나는 구하였다. 할수있는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지만 대부분의 나의 구함은 어떻게 하게 해달라기보다. 용기를 달라고 구하였다. 



그런데 정말로 올해 의심되리만치 좋은 기회들이 이상하게도 열린다.

그동안 울었던것들 보상 받으라고.

신께서 옛다, 그간 많이도 울었다, 수고했다. 하며 던져주는 것인지.

아니면 포도알의 요정이 정말 기도를 들은것인지. 

나는 새롭게 시작되는 기회와 일들에 기대에 차있다.

무섭기고 두렵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용기내서 씩씩하게. 

나는 계속 구해야한다. 이 용기 잃지않게. 계속 힘을 내게.


뻔하고 식상하지만 어둠끝에 빛이 있고.

불과 몇달전의 나는 행복하다 웃어본게 기억이 잘 안나는 지경이었지만.

빛의 서막을 받아 행복하여 요즘은 종종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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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해주세요.

2017. 3. 3. 00:04 from ++

간만에 손가락들 끄트머리가 떨린다. 

원하는 결과를 기다려본게 정말 오랫만이다. 

그 결과를 위해서 준비하고 만들고 또 연습에 연습을 더하고 밤을 새웠다.

간만에 이런기분 나쁘지는 않지만 무섭기 그지없다.

겨우 이제야 조금은 돌파구를 찾은 것같은데

문을 열기도 전에 닫으라고 할까봐.

또다시 낙심과 절망으로 헤메게 될까봐.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까지 삼일을 내내 조마조마한다.



그래서 자꾸 신께 기도한다.

주신 것에 감사하게 해주세요.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하게 해주세요.

지금껏 배운 것들에 감사하게 해주세요.

다시 용기를 내게 해준 것에 감사하게 해주세요.

이것이 내것이 아니라면 다른 길이 있겠지하고 감사하게 해주세요.

제발. 

하고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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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2016. 10. 11. 20:31 from ++

“나도 알어!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윤흥길, 완장 (1983) 중



런던은 워낙 많은 인종들이 섞여서 살아가기때문에 내가 한국사람이라 동양인이라 차별대우 받은 것같지 않은데

그래도 역시나 유색인종들은 어쩔수 없이 겪는 문제들이 생기곤 한다.

몇번 겪지 않았던 차별 혹은 혐오 발언들은 웃고 넘길때도 있지만 서럽게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다.

딱히 뭘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죄스럽고 무섭고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단지 내가 외국인이란 이유로. 

혹은 동양인이란 이유로.

영국인과 결혼했단 이유로. 

결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그런 의심이나 혹은 동양인 비하발언에도 한마디 따지지 못하건 

그들이 찬 보이지 않는 완장이 꽤나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언니가 미국에서 살때 미국내 한국인들은 아무리 퀄리티 있는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중산층에 근접 대우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라 했던 생각이 난다. 

이곳에서 6년째 살아오면서 그다지 뭔가 어떤 계층으로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본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번쩍 머리를 깨운다.

난 여기서 밑바닥 계층이란 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러지. 왜이렇게 힘들지. 왜이렇게 안되지. 왜 이렇게 인정해주지 않지.

그랬는데. 

사실 난 디자인을 공부한 주제에

그렇다고 수학적 공학적 개념이 뛰어난 것도 아닌주제에.

공대에서 박사따려고 하는 

근본도 없는 '밑바닥' 혹은 '꼴등' 무리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교1등을 하던 수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늘 자신만만해서 몰랐던 사실이다.

그냥 여전히 난 잘하는데 이해를 못해주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힘들었다 생각했다.

착각이 지나쳐서 고뇌가 깊었다.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찬 그들속에서.

나는 아주 잘 보이는 완장를 단 셈이다. 

그러니 소위 말하는 '다른 대우' 혹은 '차별 대우'는 어디서나 온다.

그것을 서슴치 않는 몇몇 평범한 이들에게 대체 나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기로 한다.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일이 좀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뗄수 없는, 정말 잘 보이는 하빠리들도 차지않는 꼬리표를 달고서.

그들과 같은 대우 받기를 원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

자 그럼 다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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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찾고싶다.

2016. 8. 26. 23:07 from ++


하루를 잘 보내다보면 무엇이되겠지. 하면서 나는 장기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기로했다.

그게 내 당분간의 전략이야.

나는 그에게 못박았다. 


그렇게 꿈을 버린채 이년을 삼년을 살았다.

스스로가 원하는것이 생기는 것이 사치여서 그냥 닥치는대로. 하루살이.일주일살이.한달살이. 

하다보니 어느새 또 여름이 지나간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꿈을 버리고 살다보니 소박해져서 좋은것같았다.

소박한 행복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간과했던 사실이 있다.

나는 나를 자랑스러워 하지 않게 되었다.

꿈을 꾸지도. 그것을 얻으려고 궁리하지도 않고.

단지 맞지않는 옷을 입고 그중에서 가장 바보가 되어서 위축되고 의심하면서.

또 인정하지도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땅위에 발바닥을 내려놓지 못하면서지냈다.


허공에 떠서 허우적거리면서 살다보니.

삶이 즐겁지가 않다.

이제 원하는 것이 생겼다. 

나는이제 제자리를 찾고 싶다.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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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십년같다가도 또 일초일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혼돈의 시간이 간다.

그 시간은 지나간걸까.

나는 그것을 버텨냈나.

울고 싸워서 나는 그 어렵다는 지도교수바꾸기를 해냈다.

학과 프로그램에서 나를 죽일듯이 벼랑끝으로 밀어붙였지만 나는 버텼다.

어쨌든 폭풍이 잠잠해진것같지만 나는 의욕과 믿음을 잃고 방황한다.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서 나는 학교에서 극도로 말을 아낀다.


그래서 계속할거야 그 공부?

방황을 끝낸것같이 태연해 하는 나를 보고 그가 묻는다.


8월이 지나면 생각해볼거야.

내 우선순위는 8월이야.

나는 대답했다. 


몇주남지않은 결혼식이 나에겐 당연히 더 우선이다.

내가 매일같이 울고 넘어질때 우리는 함께 울타리를 만들기로한다.

그게 지친 나를 쓰러지지않게 붙잡아 줄거라고 그와 내가 믿어서.

어쩌면 그동안 너무 하는일에 신나서 그와 그토록 어긋났었나.

신은 역시나 공평한것인가.

하지만 우선순위로 하는일이라도 재밌어야하는데. 

인생에 한번밖에 없다는 소중한 날인데.

사실 무엇에 신나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다. 

마음을 다른 것들에 분산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이미 벌어진 일들에 지쳐서 잃어버린 의지 혹은 의욕이 돌아오기가 쉽지않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이토록 하는 일에 생각이 없이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이 마음을 믿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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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2016. 4. 9. 07:05 from ++

할머니가 돌아 가신지 벌써 거의 십삼년이 지났다.

나는 할머니가 키워준거나 다름없는데. 

이상하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그당시를 제외하고는.

할머니를 생각해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언니가 할머니를 생각하고 슬퍼할때.

나는 할머니의 제일 친한 친구가 나였기때문에.

그때 나는 할머니와 많을 것을 했기때문에.

아쉽지 않다고하면서.

나는 같이 슬퍼하지 않았다.

슬퍼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말이다.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십삽년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만 내 꿈에 나타났다.

나는 할머니의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어째서 꿈에 나타나 주지 않는 것일까. 조금은 섭섭할 지경이었다.

슬프지 않아도. 

보고싶긴하기때문이다.


어제.

간만에 할머니가 내 꿈에 등장한다.

무슨 일인지 우리는 함께 공항에 있다. 

나는 어디론가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할머니가 기어코 배웅을 나왔다. 

그런데 아차. 생각했다.

할머니 혼자서 집을 찾아가기엔 공항이 너무 멀었다.

가는 길도 복잡하고.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할머니는 모르는 길은 혼자 가지도. 멀리 나서지도 않는 사람인데.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할머니를 데리고 커피숍이라도 앉아서 차근히 방법을 연구하리라 하는데.

커피숍 근처에 거의 다왔는데.

비행기 떠날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은게 보인다.

이런.

나는 할머니를 다시 데리고 게이트까지 간다. 

우왕좌왕 어쩔줄 모르는데. 비행기 게이트가 닫히려고 하고.

비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전기로 아직 한명이 못탔으니 게이트를 홀딩해달라고 바쁘게 연락한다.

나는 할머니가 걱정되어서 어쩔줄 모르다가 

그들에게 엄마의 전화번호를 적어 꼭 전화로 할머니를 데리러 오라 말해달라고 한다.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적는데.

숫자가 제멋대로 자꾸만 틀리고.

시계바늘은 이제 15분전이라고 한다.

나는 어쩔수없이 게이트를 향해 뛴다.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도우미들에게 둘러싸여있다.

나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다시한번 확인차 외쳤지만.

그들이 듣지 않는 것만 같다.


나는 잠이 깼다.

이것은 무슨꿈일까.

나는 처음으로 많이 슬퍼졌다.

할머니가 없다는게 십삼년만에 슬펐다.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꿈 이야기를 하며

목놓아 울었다.


많이 힘들구나. 

언니가 훌쩍이며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래.

나는 대답했다.


나는 요즘 삶이 행복하지가 않다.

버겁고 힘들고 지친다.

나는 조금은 이 삶의 행태에 억울한 심정까지 든다.

그래서 나는 줄곧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의 기억은 그때가 따듯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할머니가 지금. 내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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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2016. 2. 13. 01:21 from ++

삼십대중반까지살면 '혼란'이라는 것이 조금은 없어질줄알았다.

오만이었구나.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려고 한적은 없지만 주어진것들에 감사하고 한발씩 나아가려고.

남들처럼 똑같이 좌절하고 울고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그러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안될거라는 편견보다는 될것같은데.하는 긍정의 마음을 믿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안될거같다.

힘들거같다.

위기다.


지금까지 겪어온 위기들과 비교할 수도 없게.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자했던 믿음을 배반하게.

이 칼이 아니면 다른 칼을 집으면 왜 안되는가.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지금 주어진 일들을 그만 두고싶다.


이것은 과연 잡념일까.

어떤 산이라도 넘으면 힘든 여정을보내야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내가 너무 앓는 소리를 하는가.

나는 정신력이 줄어들었나.


하지만 버티기가 힘들정도로 압박을 느낀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생각한다.

이건 아닌거같은데.


하지만 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할지라도.

과연 문제들은 해결될까.

나는 과분한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는가.


나는 혼란중이다.

그리고 혼란을 끝낼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연구실행이 지옥행 처럼 느껴지고.

같은 언어로 싸우고 있지만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리는 지도교수와의 논쟁은 나자신을 의심케한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차별대우에 항의해도.

사실성에 근거하지 못한것같다는 대답이나 듣기 일쑤이고.

이런 대우속에서 지금 내가 얻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행복한지.

2년반을 더 참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위기다.

분명히 위기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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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때문에.

2015. 12. 5. 23:14 from @@

"...사랑에 빠질 때 그것을 이룰 가능성을 미리 헤아려야 하는 걸까? 

이 문제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어떤 계산도 있을 수 없지.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니까."

 

반 고흐의 편지, 테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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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사람입니다.

2015. 11. 30. 20:14 from ++

해외를 떠돌면서(?) 살다보니 가끔만나는 한국사람들이 반갑게 느껴지는건 응당사실이다.

어쩌다보니 런던에 오래 눌러살면서도 한국인친구는 단 한명. 

그런데 가끔 만나는 한국사람들중에 또 나처럼 해외를 떠돌면서 살아온 사람들중에 가끔 이런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오래 안살아봐서 한국인은 아닌것같고 특정나라에서 오래살았지만 그 나라사람도 아닌것같은. 

왠지 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맘이 든다. 

왜냐하면 외국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있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

한국인 인것이 자랑스럽다던가 아니면 한국인인게 싫다라던가 하는 그런것 말고.

그냥 나는 한국사람이라는 것. 그 사실. 

나의 전통이, 문화가, 현 사회가 어떤지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장점인지를 아는것이.



어릴때 주말에 동네 어른들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저녁이라도 먹을때면 

래퍼토리처럼 나오는 비판들이 지루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나도 한국을 비판할때가 많아졌다.  

돌아가는 정치경제, 부정부패, 말도 안되는 대통령들, 

보여주기가 급급하여 속이 빈 강정같이 변해버린 문화들을 보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가리고 싶은 현실이다. 

그런데 외국인 누군가가 한국음식이 싫다고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진다.

마치 내가 내 부모님를 흉볼 수 있지만 다른이가 욕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인것. 

어찌된듯 뗄레야 뗄수없고 지울래야 지울수 없는 현실이 내가 한국사람이라면 나는 그저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대부분 한국에 대한 것들이고, 

어쩔때 내가 뻔한 상식같은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게 될때 부끄러워졌었다.

그때마다 많이 알아야겠다 생각했고.

알아갈때마다 내 나라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곤했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치고 현지 사회든 한국인 사회든, 어느한쪽 사회라도 적응 잘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알고. 비판하고. 감싸고.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그러다보면 발전하지 않겠나. 나도. 우리나라도. 

어찌보면 남녀관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머리끝부터 완벽한 이상형을 바라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 만난 경우를 보지못했고,

죽도록 남친 여친 욕만하는 사람치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서로를 알아가고, 비판하고, 감싸고, 나아지려고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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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었다.

2015. 5. 22. 04:02 from ==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할 것같아서 판도라는 결코 열지말라는 제우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상자를 열었다.

그녀의 이유도 단지.

궁금했기 때문이었겠지.


나도 그러했다.

열면 안될것같은 상자가 있었고.

나는 열쇠를 쥐고 몇년을 버텼다.

나와 그녀가 다른점은.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는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열쇠를 손에 쥐고도 그 몇년을 열지 않았던 이유는.

보고싶지 않은 것들을 보아서 더욱 다칠 것같았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무슨용기가 나서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며칠전 나는 상자를 열었다.

재빠르게 안을 확인했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무엇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열면 안될것같았던 예감은 적중했고, 

나는 눈을 감았다.


생각해보면 뭐 그렇게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것도 아닌데.

머리를 이성적으로 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꽤나 많이 힘들어진다.

아 조금은 지겹다.

한번쯤은 예상을 빗겨가는 것도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지 않을까.

뻔한 시나리오로 결말이 보이는 드라마를 보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심장은 차가워지고.

나는 영혼없는 인형처럼 눈을 껌뻑거리며 며칠을 끙끙 앓았다.


예상대로 펼쳐진 시나리오일지라도.

몇가지 의문점은 남겨둔다.

그래야 인생이 조금은 덜 진부하니까. 

그래서 그 의문들을 품고 나는 고민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이 현명한 판단인가.

진심이야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있게했다.

열면 안될것같았던 상자를 열어서 내용물을 보았다. 

그래서 그 내용물이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내것이 아니기때문에 나는 우선 생각해보기로한다.

내가 본 것들을 어떻게 보았어야하는지 보다는.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하고. 인생에게 묻기로한다.


맘에 들지않는다.

이 전개가.


하지만 상자를 열었던 것은 잘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판도라는 아마도 후회했겠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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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살수 있게 되었다.

2015. 2. 14. 08:12 from ==



꽃도 살줄아는 남자인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꽤나 긴 시간을 함께한 것같은데.그시간이 길지않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그는 스스로를 나에게 신선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가 꽃을 산것에 감동하여 나는 꽃병을 샀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여자가 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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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겠어.와 하기싫다.

2015. 2. 4. 20:47 from ++

작년여름 끝무렵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기회들이 다가와서.

그동안 내가 '한번이라도' 라고 기도했던 기회들이 너무나 넘치게 와서.

할수있다. 하겠다. 쉽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은 외로운 싸움이다.

일을 하나씩 쳐내면서.

지금 내가 잘하는 것인가.

이 일을 끝낼수 있는 것인가.

이 기회는 그냥 대충 넘기면 안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오백번 든다.


남들이 보기에 배부른 소리.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위치. 

하지만 그 남들은 알까.

난 정말 외롭다.

이 일들을 혼자 해내가는 것이 싫고.

그저 조금은 조용히 살고싶기도 하다.

나는 한번에 하나씩 하고싶은데.

삶은 그다지 공평하지 않다.

마치 '한번만이라도' '한번의 기회만이라도, 제가 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했더니.

'잘할수있댔지? 자 옛다, 어디 한번 맘껏 해봐' 하고 백개를 던져준 나쁜 주인을 만난 노예가 된 기분이랄까.


예전같았으면 이를 악물고

보여주겠다. 잘해내서 보란듯이 널 비웃어 주겠다.하고 오기를 부렸겠지만.

나도 늙는다.

나도 지친다.

힘이 딸린다.

나를 의심한다.

괜히 한다고했어.

괜히.

하는 여린맘에.

눈물이 줄줄 흘러도.

어디가서 '남들이 부러워하기때문에' 하소연도 못하고.

한다. 

어쨌든. 

느리게라도.


정말 이 수많은 일들을 

안할수만 있다면 안하고싶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못할것같기때문에다.


하겠다 대답한 자신감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그가 있지만.

그에게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두번이다.

앓는 소리, 우는 소리 그만하고싶다.

그래서 이 일들을 정말 안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든다.

지금같아선 나는 유명해지거나 돈 많이 벌거나 하고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에.


하지만 너무나 모순되는 사실은.

나는 분명 단 한번의 기회가 끝나면 또 다른 기회가 오길 바라게 될 것이다. 

그럴려면 계속 이렇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온 것들을 해결해야한다.

이 지독한 외로운 겨울이.

몸이 지치는 겨울이 빨리 끝나고.

조금은 여유를 부리는 봄을 기다릴뿐이다.

울지마 박수맹.

하기싫다고 우는 초딩처럼 굴지말란말이다. 하고 나를 채찍질한다.

어쩔수없다.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또 어쩔수없는 나의 솔직한 속마음은.

진짜.

지금. 아무것도 하기싫다.

진심 이 일들이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일들을 하나라도 잘 끝낼수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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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요.

2015. 1. 3. 01:54 from ++

새해가 밝았다.

벌써 이틀이 지났다.

지난해를 돌아볼수도 없도록 몸이 지쳐서 지독한 독감을 두번이나 겪어내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러 데본에 내려가 2주를 훌쩍 보내고 런던으로 돌아와서야 번쩍 생각이 들었다.

이런. 또 한해가 시작되나.


2014는 나에게 많은 눈물과 땀을 요구하였고. 

나는 정말 계속 앞으로 앞으로 걸었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들을. 기회들을 얻었고.

얻은 기회들은 절대로 놓치지 않기위해서 할수 있는 것을 다했다.

나로써는 정말 한치의 후회도 없는 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이 그다지 없지만- 이것은 겸손이 필수인 한국사회에서 살아봐서 그런가-  

RCA를 떠난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칭찬받아도 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괴로워도 하고, 불행해도 하고, 행복해했다.


자. 다시 시작. 

시련이 조금은 끝난 것같아서, 혹은 그것들을 겪어내느라 마음은 한결 성장해서, 올해는 조금 여유롭게 시작한다.

잘하고 잘못하고 그런거 인생에서 크게 없다.

그냥 믿는데로 계속 가면된다는 것. 

힘들면 또 잠시 멈추고. 

화나면 표현도 좀 하고.

질투나는 사람들 욕도 좀 해보고.

이게 한살 더 먹어서 좋은 이유라고나 할까.

어쨌든 칭찬으로 시작한다.

잘했어. 잘해왔어.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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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믿기힘든 재난은 온 나라를 마치 정지시켜버린 느낌이다.

나는 감정의 불안정 속에서 꽤나 오래 고통받고 있었지만

마치 전염병처럼 퍼진 사회전반의 분위기는 이것을 배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공중에 떠올라 이것을 지켜보는 공기마냥, 

감정적으로 오랫동안 심약해져있었기때문에, 그리하여 더 큰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변명을하면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혹은 본능으로 눈을 감고 입을 닫고 귀를 막았다.


재난에 반응하는 사회는 감정적으로 붕괴하는 절차를 보여준다.

믿기힘든 광경이 벌어졌음을 알리는 미디어 스크린앞에서의 놀람은 점차 슬픔으로 바뀌고.

희생자가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동정으로.

그리고 그것이 무너지기도 전에 이 일이 벌어지게 된 모든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분노가 해소되지 못하자 쌓이게 된 모든 감정은 사회를 통째로 우울함으로 빠져들게 한다.


목적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소셜 미디어에 도배가 되어가는 소문들과 뉴스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는 것이 

도무지 사람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토록 떠받드는 하이테크놀러지 시대의 기기들인지.

알수가 없게 만들기때문에.

나는 논쟁을 피하는 사람이 자청해서 되었다.


하지만 생각했다.

나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지금 이것을 내가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싶었다. 

논쟁은 중요하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논쟁은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든 크게한다.

그것은 참이다.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도 완벽한 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사 그것이 존재하더라도.

희생된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기때문이다.

잘못된 시스템과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못했던 이러한 재난에 대처하는 기획과 엉성한 전략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짜피 곧 드러날 참들을 숨기고, 혹은 그것을 이용하는 미디어나 인간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성과 이 전체 사회와 나라를 욕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를 떠돌며, 이나라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외로워하는 내가 이 논쟁에 낄 자격이 있는지는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경험을 통해서 알게된 하나는 있다.

내가 우리엄마아빠의 자식인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처럼.

내가 한국사람인 것은- 설사 기회가 되어서 국적을 바꾸는 한이 있다고 할지라도- 바뀌지 않는다.

외국생활을 하면서 나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내가 가진 국적이 나에게 기회 제한할 때였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국적뿐아니라, 내면적으로 나는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때문에.

나는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으로.

나의 아이덴티티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야한 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와 그것에서 파생되는 많은 실망스러운 것들을 보았을때.

결코 자랑스러운 국가의 대처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는 결국 정부인가. 

그렇지않다. 

사람들이다.

뻔하고 뻔한 이야기로. 

사람들이 이 국가를 만든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 조직도, 사회도, 국가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

비난받아야할 것들은 받아야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맹비난만 퍼붓고 식어버릴 것인가.

고쳐지지않으면 야단은 단순히 듣기싫은 잔소리가 되고만다.

경각심을 일으키는 따끔한 이야기들이 돌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든 고치려면 사람들이 깨어나길 바란다. 

그래서 더이상 이나라 국민인게 싫어요. 챙피해요. 할수만있으면 국적 바꿔버리고 싶다. 하는 

대부분의 결코 이루어질 수없는 한탄말고. 

어떻게하면 나아지는지 생각하고, 논쟁하고, 그리하여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만든 이 나라가 결국 다시 사람들에게로 더 많은 기회를 주면 안되나 하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실에 벌어지는 일들에 모두가 분노하며 고통속에 있지만. 

이 우울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며.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아 보듬어서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이런일이 벌어졌지만, 결코 자랑스럽진않지만. 더 나아지게 만들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꽤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할수있게, 왜냐하면 우리가 꽤 괜찮은 사람들이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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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자신이없어진다.

2014. 4. 11. 03:46 from ==



6월에 올게. 늦에도 6월엔 돌아올게.

나는 떠나기전에 그에게 말했다.

물론 확신할수없는. 그저 내게 하는 거짓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거라고 반쯤은 믿어보고 싶었다.


이건 휴가 잘 다녀오라고 주는 선물이야.

그는 내 목에 작은 목걸이를 걸어줄 수 있는 꽤나 로맨틱한 남자가 되어서 말했다.


나는 정말 휴가를 온 것처럼.

한달을 그저 언니네집에 빈대붙어 있으며 리모컨으로 티비 채널만 돌렸다.

가끔 감정과 불안이 폭발하여 끅끅거리며 눈물을 쏟기도 했지만.

대체 무엇이 불안한것인지 무엇이 슬픈 것인지.

나는 답을 알면서도 언니가 왜그러냐고 말을 해보라고 다독여도.

입밖으로 낼 수 없어 눈물을 목구멍속으로 삭히며 끅끅 울었다.


그렇게 한달을 좀비가 된 것처럼 움직이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지내고 나니.

나는 다시 생각한다.

다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나는 점점 자신이 없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정신을 차리려고 계획을 세우고.

할일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에 엑스표를 쳐가면서.

한발씩 나아간다.

씨를 뿌려야 새싹이 돋는 것이기때문에.

나는 일어나서 마음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이것이 안되면 다른 것. 하면서  플랜 B를 그리고 C, D, E, F를 계획한다. 


하지만 좌절은 잠시 내가 방심하면 찾아오고,

그때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져 극단의 생각을 하게 된다.

돌아가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계획해야하여서.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지금의 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내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그것이 너무나도 슬퍼진다.


나의 휴가가 약속한 기간동안에 끝이 날 수 있을지

나는 알수가 없다.

내가 휴가를 끝내지 못한다면.

그래서 낙오가 된다면.

그때의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얼마전에 한 간염 항체검사에서

나는 어떠한 항체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나의 몸은 바이러스가 오면 싸울 균도. 

에너지도. 감정의 힘도 없다.

그것을 새로 재생해 낼 자신도 없다.

나는 자고싶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지 한달이 되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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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무엇이 서러웠을까 나는.

사실 내 잘못도 크다.

작년에 한번은 오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한것을 후회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도 나는 오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였다. 

이것은 분명 나의 잘못이다.

나답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오를 항상 좋아했고.

그녀에게 날이 서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와 친밀한 친구인것이 좋았다.

그녀가 나에게 많은 지지를 보여주었듯이 나도 그러했기때문에.

가끔은 분명 그녀가 불편해지는 어떤 때가 오기도 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사람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가 무엇때문에 최근에 사람들에게 그런말을 하였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그녀에게 나를 해치려거나하는 의도가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의 말처럼 오해에서 빚은 단순한 것들의 착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내게 와서 똑바로 묻거나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내 친구라면 말이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데.

그녀는 분명 나에게 좋은 사람이지만,

그 중간의 경계선쯤에서 좋은 사람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축에서 조금이라도 좋은쪽에 기울었다면.

그녀는 내친구가 아닌가. 

나는 다시 후회가 된다.

그녀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한 것을.

하지만 사람관계에서 후회란 너무많은 것을 의미한다. 



나는 반쯤은 후회를 한다.

애초부터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차가운 도시를 선택하지않고 다른 곳을 선택했더라면.

이 공부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은 단순해지는 다른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나는 배두드리면서 어딘가에서 내가 가진것들에대해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않나.

나는 포틀랜드에 있는 회사와 인터뷰를 보기로 한것도.

베를린에 있는 회사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메일이 온것도.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런던이 아니기때문에.

나는 마음이 행복하지가 않다.

결국 이 도시를 선택한 것의 문제였을까.


나는 말을 너무 적게하고 있는 것을 후회한다.

나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

비행기표의 날짜는 2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떠날날짜가 없는 사람처럼.

그에게도, 주변사람들에게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 짐들을 어떻게 할지. 

이사의 플랜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직도 정하지못했다.

어떻게 할지 누군가와 의논하고 싶기도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그도.

떠올려보았지만.

말이 나오지않는다.

하루에도 몇번씩 미쳐버릴것같다가도.

정신차리려고 내 어깨를 토닥여야만한다. 



나는 이곳에서 네군데의 회사와 인터뷰를 보았고.

한곳에서는 거절의 메일을 받았으며.

다른 세곳에서는 그저 기다려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논문을 끝내었고.

등록할 돈이 없는데도, 컨퍼런스에 제출하였다.

다른 컨퍼런스 한군데에서 이미 발표도 하였고,

모든 DI인들의 열망인 Wired UK매거진과 인터뷰를 하였으며,

그것은 4월호에 실릴것이다.

네셔널지오그래픽스에서 출간하는 책에 작업이 실리기로했으나,

라이센스 다큐멘트를 아직 보내지못해서 돈을 받지못했다.

나는 다큐멘터리 하나를 완성하였고,

아직 그것에 대한 돈을 받지 못하였으나,

나머지 네가지 파트를 완성하지못하면 돈을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있어서 쉽게 묻지도못한다.

수중에 돈은 다 떨어져가는데도 말이다.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달동안 이정도 했으면 사실 많은 것을 하였다.



나는 오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문자를 보내었다.

우리는 곧 만날것이다.

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현명한 것인지모르겠지만.

말을 많이 한것은 나였고.

그속에서 어떤 오해가 생겨났던지간에

나는 이것을 해결해야한다.

한가지씩해야할 것이다.

후회해도 어쩔수없다.

이미 벌어진일들인것을.

어떻게든 해결할방법이 생길 것이다.

어떻게든 해결해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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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충분한가.

2014. 2. 18. 02:45 from ==

집으로 오너라.

그만하면 되었다.

충분히 하였다.

되지않는 것을 내려놓을줄도 알아야한다.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돌아오거든 아무것도 하지말고.

시골여행도 다니고.

절간을 구경하는 것이 어떠니.


엄마가 말한다.



나는 또 목이 매였다.

나는 심신이 약해져있다.

길을 걸으면서 헛구역질을 하는 것이 점점심해지고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두손으로 입을 감싸쥐고 걷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작년에 런던을 떠나기 3주전에 느꼈던 것들이 다시 돌아오고있다.

나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하고 욕심을 냈었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한국에 돌아가게 되거든.

어떤분명한것을 손에 쥐지않는 한 런던으로 돌아오지 않겠어.

굳게 결심했던 그때의 상황과는 다르게도.

한달남짓만에 나는 이곳에 다시 돌아와있다.

변화한것은 그저.

해가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공식적으로 나는 이곳의 방문자자격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짜증이 나고 말았다.

그의 현재에는 내가 있을지몰라도.

그 미래에는 내가 없어보여서.

책임질수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대답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알기때문에.

속시원히 묻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내가 멍청하기 그지없어보여서.

나는 정말이지 짜증이 폭발할 것만 같다.

조른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안다.



어쨌거나 내선택이 아닌가.

이곳에 남기로 한것도.

그를 선택한 것도.

내가 아닌가.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이 두가지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면.

나는 이 두가지를 과감히 버려야하는 것인가.

정말 엄마말대로.

이만큼하였으면 된것일까.

내 운은 여기까지일까.

아무리해도 되지않는 것일까.



생각해볼게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생각은 매일한다.

눈뜨면서 자기전까지.

그리고 자면서도 한다.

해도해도 답이 없다.


나는 내가 할줄아는 것을 계속 할뿐이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나는 그에게 말한다.

알지도못하는 내미래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력이났어.

그냥 웃어버리는 것도.이제는 지쳐.

사실. 나도 할수있는 대답이 없단 말이야.


그렇지.

알아.

그는 그저 동의해주는 것으로 끝을낸다.

어째서, 그마저 내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아니야.넌 잘하고 있어.이것은 과정이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어째서.

다이 한명뿐인것인가.



하지만 신나지 않아? 

너의 미래가 불투명한것이 아니라.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것은 신나는 일인거잖아.

그가 말한다.



응. 잠깐의 새로운 삶이 즐거운것은 

그것은 네가 돌아갈 집이 있을때.

그것을 알때.

그것이 신날수가 있는 거지.

나는 반쯤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네가 직업을 구하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네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너는 너의 리서치를 하고 싶어하잖아.

그가 다시 말한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내가 영국에 있고 싶어하기때문에.

나는 직업도,

내 작업도,

꿈도 뭐도 다 포기하고.

현실에 벌어진 단 한가지 일만 해결하려고 하는 꼴처럼 비춰지는 모양이다.



그의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배부른 자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집을 가지려면, 나는 비자부터 해결해야하고.

가난을 피하려면, 돈을 벌어야한다.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행복을 논하기에

나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다.

현실을 해결해야한다.

그래야 꿈도 행복도 만족감도 오는 것이다.



집으로 오너라.

그만하면 되었다.

엄마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하지만 어디로?
나는.
돌아갈 집이 없는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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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20년만에 폭설이 왔다고한다.

거짓말처럼.

하루하루 달력에 엑스표를 치면서 그를 기다렸는데.

결국 어제 도착했어야했을 그의 비행기는 떠나지 못했고.

그는 아직도 이곳으로 날아오는 중이다.


런던에서는 그다지 겪어보지 못한 불면에 시달리며 

나는 요 며칠을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무엇때문일까.


재미삼아 찾아본 오늘의 운세에는.

고진감래의 날이라고 하던데.

오늘 나는 기다리던 모든 것들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듣는것인가.


나는 불안한 것이다.

나는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내 일도.

미래도.

모든것을 내가. 기다려야만해서.

이제는 기다리는 것들에 이력이나서.

다 팽겨치고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닌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기다려야한다.

고통끝에 낙이 오는법일테니까.

그것들의 고통끝에 모든것이 돌아오는 희망의 날이 

정말 인터넷 운세에서 본것처럼 오늘이면 좋겠고.

이제 알수없는 시간에 대한 카운트다운은 그만두고.

조금은 두발뻗고 잠을 청하는 날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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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밤만 더 자면돼.

2014. 2. 4. 03:39 from ==


나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많은 계획을 짰다. 

그가 없는 빈공간을, 그 시간을 느끼지 않으려고.

사실 최근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나는 여유를 부릴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죽기보다 하기싫은 일도 있지만

그것을 해내려고도 하고있다. 

또 그동안 못만났던 친구들과 가지못했던 파티들을 참석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논문도 쓰면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잉글랜드가 너를 잘 대우해주고 있길.

그가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보딩직전에 메세지를 보내왔다. 

닷새가 흘렀고.

그 사이에 나는 한번의 잡 인터뷰를 보았고.

일본에 있는 연구소에 리서치 펠로우쉽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곳의 몇몇 대학들 교수들과 박사과정 리서치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의논하고.

또 두곳의 잡 인터뷰가 이번주와 다음주에 있을예정이니.

잉글랜드가 꽤나 나를 잘 대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가없는 남은 닷새를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이렇게 생계와 미래를 향해서 발버둥치는동안.

그가 일본에 굳이 가야겠다고 했을때 달갑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쯤은 그가 충분히 즐기기를 바라면서 그의 손에 여행자를 위한 일본어 phrase book까지 쥐어주어 보내놓고서.

내가 함께 가지 못해서 배가 아픈것인지.

아니면 그가 없는동안 그를 그리워 해야하는 이것이 싫어서 심통이 난 것인지.

또 그것도 아니면 내가 없는 동안 그가 내 빈자리를 못느낄까봐 그런것인지.

나는 내내 마음이 행복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런생각이 든다.

심통을 내거나 질투하기보다는 많이 즐기다가 오라고해야하지않은가하고.

물론 작년에 버가말한거처럼.

'나쁜년'이 되어야 좋은사람만나는것이 로직이긴하지만.

여우짓은 못하는 유전자인것을 어쩌겠나.

그가 나쁜놈이었지만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지금을 보면.

그 로직도 늘 통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그리운 것은 어쩌지를 못하겠다.

보고싶어 죽겠어.

나는 결국 우는소리를 했다.

금방돌아갈거야.

그는 나를 달랬지만 충분하지않다.

그래서 스스로를 어린애처럼 달래며 말한다.

다섯밤만 더자면 돼.


그가 돌아올때까지 우리가 좋아라했던 Philip Seymour Hoffman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영화들을 하루에 한편씩 보겠다고생각하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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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2014. 1. 27. 23:27 from ==

매일 매일 한계점에 도달하곤 한다.


그때의 결정을 나는 아직 후회하는가.

아니면 나는 이토록 원래 부족한 것인가.

추천서를 부탁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도대체 스스로도 모르겠어서.

어떤부분을 강조해달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나를 이토록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나를 의심하게 될 줄 알았다면.

나는 애초에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했는데.

그때 나는 그곳을 떠났어야했지만.

이곳에 오지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내인생은 정말 달라졌을까.

아니면 이것은 원래 운명적으로 주어진 나의 한계이고, 그것은 여기까지인가.


백퍼센트 맞지 않는 옷에 나를 맞추려고하다보니 

몸은 불편하기만하다.


그곳에 서슴없이 가라고 응원하는 그를 보자 화가 치민다.

나 정말 가도 되겠어?

넌 정말 나없이 되겠어?

나는 지금 이곳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수많은 이유중에 

가장 큰이유가 네가 이곳에 있기때문인데.

나는 묻고싶다.

하지만 묻지못하였다.

도대체 이꼴이 무엇이란말인가.

이제는 그가 진심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가 알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이제 그럴 수 있는 곳에 함께 도달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가 조금은 더 확실히 내게 말해주면 좋을것같다.

이것은 사람의 욕심인가.

아니면, 내가 또다시 현실을 보지 못하는 탓인가.


신을 믿는다.

분명히 나에게 이유없이 이런 삶을 주시진않았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이토록 늘 가혹하게 하시는가.

어째서 하나도 제대로 맞는 옷을 주지 않으시는가.

나는 소리내어 울기라도 해보고싶다.

울수있는 공간과 여력이없어서.

나는 매일같이 심장이 쪼그라들것만 같다.


나는 견딜수가없다.

정말 이제더이상 견디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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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계속 헤엄쳐.

2014. 1. 23. 20:28 from ==



쉬...잇. 아무말도하지마.
그가 내 어깨를 토닥이면서 요즘들어 부쩍이나 자주 농담처럼 속삭인다.

나 아무말도 안하고있잖아.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대답하자.

니 머리속 생각들이 너무 시끄럽잖아.
그러니까 아무생각도 하지마.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척했지만.
그는 이제 나를 너무 많이 아는모양이다.
아무말도, 내색도 하지않아도.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들과 싸우고있는지.
불평만하고 힘들어하는 상대가 되고 싶지않아서.
긍정을 무기로, 혹은 방패로. 
이백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싶은데.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다.
그냥 계속 하는 것.
그냥 계속 가는 것.
어떤 곳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도.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언도 구하고.

언니랑 간만의 통화에서 우리는 니모처럼 열심히 그냥 헤엄치자고한것처럼. 
할수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헤엄치는 수밖에 없다.
'일단 해보자. 안되면 말고'의 정신으로 어찌됬든 움직여야한다.

하지만 요 며칠은 조금 지치는 느낌이다.
더이상 헤엄칠 수 없을때.
그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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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들을 잊고 말았다.

2014. 1. 5. 01:04 from ==


너 요즘 모든 단어들을 잊어버린거야.

그의 농담같은 질문에 피식웃는다.

나는 말수가 적어졌다.


나는 누구보다도 

긍정적으로 

감사함으로 

사랑으로 

모든것을 감싸안을 수있는 마음으로 

2013을 마무리하였다고 생각했는데.



한달남짓.

예상보다 빠르게 런던에 돌아와 새해를 맞은 나는.

언제 서울에 갔다왔는지도 기억이 안날정도로 멀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없게 흔들리게 된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말이 나오지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 검사결과에서 나온 것처럼.

이렇게 살다가는 얼마 살지 못할 것같기도 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를 살게하는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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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n all is well.

2013. 11. 7. 13:50 from ==


챔스에서 정말 드문 경우는 도르트문트 홈구장에서 홈팀을 이기는 것을 보는 것일 것이다. 

오랜 아스널 팬인 그때문에 나도 꽤나 아스널의 경기를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엔 처음으로 그가 없는데도 홀로 경기를 본다.

아스널의 북런던 라이벌인 토트넘 팬인 나는 시차를 핑계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인 이상- 

서로의 팀에게 타 팀들보다는 약간 더 많은 관심을 준다고 생각하기로한다. 

아스널이 영국팀으로 아마도 처음으로 도르트문트 구장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참 신이나있을 그를 상상하며 웃었다.


한국에 도착한지 이틀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가 그리운 것은 어쩔수없다.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정말 심파극에 나오는 여주인공마냥,

나는 울었다.

그가 토닥토닥했지만. 

나는 눈물을 참으려고 손끝을 파닥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울지않겠다, 그냥 bon voyage일 뿐이라고 생각하려했지만.

헤어짐이 슬픈 것은 어쩔수없다.

그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나.

나는 기차안에서 눈물을 훔쳐냈다.

비행기가 런던을 떠날때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것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고 

지루한 게임이었지만 승리를 축하한다는 내게 그가 말한다.


지금은 누구의 팀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 그만 싸우자.

그냥 우리는 지금 서로가 그립다고 말하자.

그럼 모든게 다 괜찮아. 


그의 말에 나는 곧 슬퍼졌지만 곧장 짧게 대답한다. 

보고싶어.


그러자 그가 다시 대답한다.

then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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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스킬.

2013. 10. 23. 01:57 from ---

아이디어. 

스킬.

우습게도 외래어다.

쉽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지만 말이다.


디자이너가 되기위해 이 두단어들은 꼭 알고 있어야한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직업 면접을 보았는데.

내 소감은 한마디로 씁쓸하다.

나는 뼛속까지 DI인것인가.

자신은 있다.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지 생산해 낼.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싶은가를 또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그냥 평생 리서치나 하고 살아야하는 것인가.

오랫동안 연구분야에만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가난하고 배고픈 삶을 그만하고 싶어서 그런지.

또 그것도 아니라면.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싶어서 그런건지.

졸업후에 나는 산업에 나가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돕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클렘과의 스투디오는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두가지를 일을 어떻게 잘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돈을 벌고싶고.

산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도 싶고.

그래서 나는 직업 구하기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런던에서 첫면접은 나를 씁쓸히 돌아서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로 대단히 운이 좋다면.

그들이 내게 연락을 해올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고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예정이다.


나는 연구분야가 적성에 맞다.

이것이 나의 결론.


나는 스킬만으로 디자인을 할 수 없는 디자이너이기때문이다.

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만들수있는 스킬이 충분히 있다.

일렉트로닉 분야도 조금은 이해하기에 프로토타이핑도 가능하다.

그래픽분야는 가장 자신있다.

하지만, so what.

내 아이디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중요하지않다면.

이 커머셜 인더스트리에서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몇달? 멸년?


약간은 실망스럽기까지하다.

다시 이 불안정한 심리로, 혼동으로, 돌아온 것이 다소 불만족스럽다.

이 끝없는 uncertainty는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닌지 알수도 없다.


괜찮다고 생각하자.

한국에 돌아가면 기다리는 강의들과 워크샵들이 있다.

자. 이제 짐을 싸야한다.

2주남짓남았는데 무엇을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모티베이션이 사라졌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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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2013. 10. 17. 05:53 from ==

서러울 것이 없는데.

왜이렇게 서러운 느낌인지 모르겠다.

슬플것도 없는데,

왜이렇게 슬픈 느낌인지 모르겠다.

그토록 외로울 것도 없는데,

나는 왜이렇게 외로운 것인지 모르겠다.


지독한 우울증인가.


다이의 말대로, 

술을 끊어야하는 것인가.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선물받은 와인병을 따고 몇잔을 기울이다보니.

결국 멜랑콜리에 빠져들고만다.


서울에 가는 티켓을 손에 쥐고도.

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 될 것이기때문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볼수 있을텐데.

서울에가면 띵잉이도, 섬언니도, 헬렌도 마음껏 볼수있는데.

그토록 보고싶어서 매일 그리워했던 사람들을.


홀로 집에 앉아서 몇십개의 이메일들을 더이상 쓰지 않아도 될텐데.

그런데도 나는 왜이렇게 서글픈것일까.


생각없이 빨아버리는 바람에,

작아져버린 아끼는 점퍼를 탓을 해본다. 

나는 삼주나 되는 휴가를 떠나버린 오가 없는 런던을 탓해본다.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 엘을 탓해본다.

아나가 런던에 돌아왔지만 바쁘디 바쁜 나의 삶과 그녀의 삶도 탓해본다.

클렘이 어제 런던에 도착했지만,

서로의 스케줄때문에 한번 제대로 만날수도 없는 상황을 탓해본다.

아직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못한 M의 집에 있는 내 짐들을 탓해본다.

내가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린 M의 집을 생각하다가 M을 생각해본다.

그렇게 쫓겨나듯 이사를 나온 이후로 나는 단한번도 M을 그리워 해본적이 없는데.

런던을 곧 떠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가 조금은 그립기까지하다.

그는. 

잘지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나는 정말 괜찮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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