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2016. 10. 11. 20:31 from ++

“나도 알어!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윤흥길, 완장 (1983) 중



런던은 워낙 많은 인종들이 섞여서 살아가기때문에 내가 한국사람이라 동양인이라 차별대우 받은 것같지 않은데

그래도 역시나 유색인종들은 어쩔수 없이 겪는 문제들이 생기곤 한다.

몇번 겪지 않았던 차별 혹은 혐오 발언들은 웃고 넘길때도 있지만 서럽게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다.

딱히 뭘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죄스럽고 무섭고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단지 내가 외국인이란 이유로. 

혹은 동양인이란 이유로.

영국인과 결혼했단 이유로. 

결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그런 의심이나 혹은 동양인 비하발언에도 한마디 따지지 못하건 

그들이 찬 보이지 않는 완장이 꽤나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언니가 미국에서 살때 미국내 한국인들은 아무리 퀄리티 있는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중산층에 근접 대우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라 했던 생각이 난다. 

이곳에서 6년째 살아오면서 그다지 뭔가 어떤 계층으로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본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번쩍 머리를 깨운다.

난 여기서 밑바닥 계층이란 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러지. 왜이렇게 힘들지. 왜이렇게 안되지. 왜 이렇게 인정해주지 않지.

그랬는데. 

사실 난 디자인을 공부한 주제에

그렇다고 수학적 공학적 개념이 뛰어난 것도 아닌주제에.

공대에서 박사따려고 하는 

근본도 없는 '밑바닥' 혹은 '꼴등' 무리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교1등을 하던 수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늘 자신만만해서 몰랐던 사실이다.

그냥 여전히 난 잘하는데 이해를 못해주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힘들었다 생각했다.

착각이 지나쳐서 고뇌가 깊었다.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찬 그들속에서.

나는 아주 잘 보이는 완장를 단 셈이다. 

그러니 소위 말하는 '다른 대우' 혹은 '차별 대우'는 어디서나 온다.

그것을 서슴치 않는 몇몇 평범한 이들에게 대체 나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기로 한다.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일이 좀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뗄수 없는, 정말 잘 보이는 하빠리들도 차지않는 꼬리표를 달고서.

그들과 같은 대우 받기를 원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

자 그럼 다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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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찾고싶다.

2016. 8. 26. 23:07 from ++


하루를 잘 보내다보면 무엇이되겠지. 하면서 나는 장기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기로했다.

그게 내 당분간의 전략이야.

나는 그에게 못박았다. 


그렇게 꿈을 버린채 이년을 삼년을 살았다.

스스로가 원하는것이 생기는 것이 사치여서 그냥 닥치는대로. 하루살이.일주일살이.한달살이. 

하다보니 어느새 또 여름이 지나간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꿈을 버리고 살다보니 소박해져서 좋은것같았다.

소박한 행복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간과했던 사실이 있다.

나는 나를 자랑스러워 하지 않게 되었다.

꿈을 꾸지도. 그것을 얻으려고 궁리하지도 않고.

단지 맞지않는 옷을 입고 그중에서 가장 바보가 되어서 위축되고 의심하면서.

또 인정하지도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땅위에 발바닥을 내려놓지 못하면서지냈다.


허공에 떠서 허우적거리면서 살다보니.

삶이 즐겁지가 않다.

이제 원하는 것이 생겼다. 

나는이제 제자리를 찾고 싶다.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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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십년같다가도 또 일초일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혼돈의 시간이 간다.

그 시간은 지나간걸까.

나는 그것을 버텨냈나.

울고 싸워서 나는 그 어렵다는 지도교수바꾸기를 해냈다.

학과 프로그램에서 나를 죽일듯이 벼랑끝으로 밀어붙였지만 나는 버텼다.

어쨌든 폭풍이 잠잠해진것같지만 나는 의욕과 믿음을 잃고 방황한다.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서 나는 학교에서 극도로 말을 아낀다.


그래서 계속할거야 그 공부?

방황을 끝낸것같이 태연해 하는 나를 보고 그가 묻는다.


8월이 지나면 생각해볼거야.

내 우선순위는 8월이야.

나는 대답했다. 


몇주남지않은 결혼식이 나에겐 당연히 더 우선이다.

내가 매일같이 울고 넘어질때 우리는 함께 울타리를 만들기로한다.

그게 지친 나를 쓰러지지않게 붙잡아 줄거라고 그와 내가 믿어서.

어쩌면 그동안 너무 하는일에 신나서 그와 그토록 어긋났었나.

신은 역시나 공평한것인가.

하지만 우선순위로 하는일이라도 재밌어야하는데. 

인생에 한번밖에 없다는 소중한 날인데.

사실 무엇에 신나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다. 

마음을 다른 것들에 분산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이미 벌어진 일들에 지쳐서 잃어버린 의지 혹은 의욕이 돌아오기가 쉽지않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이토록 하는 일에 생각이 없이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이 마음을 믿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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